어느 날, 나명의씨는 딸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칭범은 나명의씨에게 “본인확인을 위해 필요하다”며 운전면허증 사진,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고,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앱까지 설치하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칭범은 나명의씨 명의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고, A저축은행의 비대면 절차를 이용하여 신규 계좌를 개설한 뒤 9,000만원 대출받아 가로챘습니다. 이후 나명의씨는 이 사건이 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행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나명의씨는 “A저축은행이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출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A저축은행을 상대로 대출채무 부존재 확인을 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나명의씨의 주장은 타당할까요?
1 ) 나명의: A저축은행의 본인확인 절차가 너무 허술했어요! 사칭범이 제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조작해 본인확인 절차를 대신 진행했고, 심지어 운전면허증도 거래 당시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찍어둔 파일을 제출했던데요. 이걸 어떻게 이걸 ‘제 의사’로 한 거래라고 볼 수 있나요? 저는 대출 신청을 한 적도 없고, 동의한 적도 없으니 이 대출계약은 무효입니다!
2 ) A저축은행: 저희는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요구되는 복수의 본인확인 절차를 모두 진행했고, 외관상 신청자는 분명히 나명의씨 본인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은 원본과 정보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해당 사진이 언제 촬영됐는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대출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된 것입니다.
정답은 2번.A저축은행: 저희는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요구되는 복수의 본인확인 절차를 모두 진행했고, 외관상 신청자는 분명히 나명의씨 본인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은 원본과 정보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해당 사진이 언제 촬영됐는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대출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된 것입니다. 입니다.
위 사례는 명의가 도용되어 체결된 비대면 대출계약에 대해 계약 당시 해당 금융기관의 본인확인 절차가 적절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1)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이라 함) 제7조 제2항은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그중 하나로 제2호에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신자가 시행한 본인확인절차가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것이었는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거래의 특성에 맞게 본인확인조치 또는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가 의도하는 법률행위의 내용과 성격이 어떠한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피고 은행은,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으로서 원고의 운전면허증이 찍힌 사진 파일을 제출받아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한 운전면허증 진위확인, ② 원고 명의로 소외 은행에 개설되어 있는 기존계좌에 1원을 이체한 후 위 계좌의 입금자명으로 확인된 인증번호를 통한 인증, ③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 본인인증, ④ 원고 명의 공동인증서를 통한 인증, ⑤ 원고의 신용정보 조회 및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확인 등 절차를 거친 후 원고 명의의 전자서명을 받았다. 피고 은행이 이행한 이와 같은 본인확인절차는 원고 명의로 작성된 신용대출 신청확인서가 원고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3) 원고는 이 부분 상고이유로 '대출 신청 당시 원고가 소지하고 있던 운전면허증 원본을 바로 촬영한 사진 파일이 아니라 사전에 촬영된 사진 파일을 전송받아 확인한 것은 적절한 본인확인절차의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비대면으로 실명확인증표 사본인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을 제출받아 자동화된 방식으로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해 그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의 특성상 피고 은행이 거래 당시에 실명확인증표 원본을 바로 촬영한 파일을 제출받는 것과 사전에 촬영된 파일을 제출받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없으며,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확인절차의 적절한 이행 여부는 한 가지 인증수단만을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 은행은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기존계좌 인증,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신용정보 조회 등 복수의 인증수단을 통하여 이 사건 대출신청이 원고의 의사에 기한 것임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4) 따라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보아 전자문서인 신용대출 신청확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의 법률효과가 그 명의인인 원고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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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① A저축은행이 비대면 대출과정에서 운전면허증 진위확인, 기존계좌 인증,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신용정보 조회 등 복수의 본인확인절차를 모두 거쳐, 전자문서가 나명의씨의 의사에 기하여 송신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충분히 인정된 점, ② 비대면 거래의 기술적 특성과 절차의 목적 등에 비추어 사전에 촬영된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을 제출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본인확인절차의 적정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나명의씨의 명의로 이루어진 이 사건 비대면 대출계약은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유효하게 체결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보이스피싱 등으로 명의가 도용된 사례라 하더라도, 금융기관이 비대면 거래에서 당시 기술수준에 적합한 복수의 본인확인 절차를 적절하게 이행하였다면, 그 전자적 의사표시의 효력이 명의자에게 귀속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계약의 유효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평결일 : 2026년 4월 16일
참조판례 :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 위의 내용은 평결일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현행 법령 및 판례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