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차량손해보험(자차보험)에 가입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험 처리 과정에서 부담한 자기부담금 가운데 상대방 과실에 해당하는 금액은, 보험사 간 정산이 끝났더라도 피해자가 상대방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26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자기부담금에 대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을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보험사가 해당 금액을 먼저 수령한 경우에도 그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5월 14일 A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23다228244)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관계]
A 씨는 2020년 1월 대전 도마동에서 운전하던 중 다른 차량과 부딪혔다. 이 사고로 A 씨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A 씨 보험사는 차량 수리비 270만 원 중 자기부담금 50만 원을 뺀 220만 원을 A 씨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자기부담금 50만 원은 A 씨가 직접 부담했다. A 씨의 보험사는 상대방 차량 보험사인 현대해상에 전체 수리비 중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상(대신 지급한 돈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것)했다. 상대방 차량 보험사인 현대해상은 A 씨 보험사에 108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A 씨는 “(내가) 실제 부담한 자기부담금은 보상받지 못했다”며 자기부담금(50만 원) 중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라며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급심 판단]
1심과 항소심은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은 “A 씨가 자기부담금 약정이 포함된 자기차량손해보험계약을 체결했고, 사고 발생 후 자기부담금을 부담하게 된 것은 보험계약에 따른 결과로, 이를 다시 가해자 측 보험사에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보험금을 먼저 지급한 경우, 상대방 보험사에 구상할 수 있는 범위는 ‘보험사가 실제 지급한 보험금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제한된다.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은 자기부담금 부분에 대해서는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그대로 남는다.
-이 법리는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자기부담금 중 상대방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A 씨 차량 보험사는 A 씨에게 실제 지급한 보험금 중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보험자대위(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뒤 피해자의 권리를 넘겨받아 가해자 측에 청구하는 것)를 할 수 있다. A 씨에게 지급하지 않은 자기부담금 부분까지 대위할 수는 없다. 따라서 A 씨 차량 보험사가 현대해상에 자기부담금 중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고, A 씨가 보험사에 이를 대신 받을 권한을 줬다고 볼 사정도 없다. A 씨는 여전히 현대해상을 상대로 자기부담금 가운데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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