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화

“검찰입니다. 법원 등기 받으세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입니다. 전화 끊지 마세요.”

한국에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앞으론 이 같은 전화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4일부터 보이스피싱을 신고하면 10분 내 번호가 차단되는 ‘긴급 차단 제도’가 전격 도입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만800건, 피해액은 8545억 원에 달한다. 한국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의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719억 엔으로 한국보다 적다.

이에 경찰청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삼성전자와 함께 보이스피싱 긴급 차단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의 모든 보이스피싱 전화와 문자는 통신3사 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번호가 확인될 경우 이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제도의 주요 내용이다.

보이스피싱 전화나 문자를 받은 이용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간편제보’ 기능이나 피싱신고 버튼을 눌러 신고를 할 수 있다. 통신사는 이렇게 접수된 전화번호를 7일간 차단하며, 임시 차단된 전화번호를 추가 분석해 보이스피싱 번호가 확인될 경우 전화번호를 완전 차단한다.

그간 보이스피싱 신고 후 차단까지 2일 이상 소요됐지만,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 10분 내 번호 차단이 가능해진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75%는 최초 문자나 전화를 수신한 후 24시간 이내 발생하기 때문에 번호 차단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청은 최근 3주간 긴급 차단 제도를 시범 운행했으며, 보이스피싱 번호 5249개를 차단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일정 기준을 충족한 번호만 차단되도록 설계해 악용 가능성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긴급차단 제도는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제보·신고에 참여할수록 더 신속하게, 더 많은 범행 수단을 차단할 수 있다”며 “다만 단순 오인이 아닌 악의적 허위 제보나 장난성 제보는 특정 개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므로 자제해 주길 요청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