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부산 남구 동명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참가 외국인 유학생들이 채용을 희망하는 20여개 기업의 부스에서 면접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취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산업현장에서의 안전과 권익 보호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용 구조상 위험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돼 있음에도, 산재 대응과 복지체계는 내국인과 격차가 뚜렷하다. 이주노동자가 산업 인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은 현실에 맞춰 제도적 보호 장치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통계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세 이상 상주 외국인은 156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9.1%(13만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약 100만명(고용률 64.7%)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 시대’에 진입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11.9%)과 농림어업(37.0%)에서 외국인 근로자 증가가 두드러졌으며, 비전문취업(E-9)이 30만3000명, 전문인력(E-7)이 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6%, 41.2% 늘었다. 단순노무를 넘어 기술직종으로 외국인 고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연령대로 보면 15~29세 청년층 외국인 취업자가 46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43만2000명), 40대(24만2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취업자도 13% 늘어나 고령층까지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취업자의 안전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이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는 전체 근로자의 3% 수준이지만, 산재 사망 비율은 4배 이상 높았다. 2023년 한 해 동안 업무상 재해를 입은 외국인은 8792명으로, 2012년 대비 37% 증가했다.

특히 재해의 78.1%가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집중 발생했다. 건설업의 경우 산재 승인 건수는 3567건으로 전체의 39.8%를 차지했으며, 제조업은 3410건(38.3%)으로 뒤를 이었다. 근로자 구성 비중으로 보면, 건설업 종사 외국인이 전체의 약 12%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위험 노출 정도는 내국인 대비 현저히 높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30인 미만 영세 제조업체에서 사고가 집중됐다. 2023년 기준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 3276건, 5인 미만에서 2283건이 발생했다. 반면 건설업은 1000인 이상 대형 현장에서 39.6%(1413건)가 발생해 업종별 위험 양상이 뚜렷하게 갈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재해율은 2017년 0.75%에서 2023년 0.9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 재해율(0.33%→0.51%)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사망만인율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내국인보다 약 1.7배 높은 수준이다.

산업현장의 위험뿐 아니라, 재해 이후 복지 지원에서도 외국인은 소외돼 있다. 보건복지부와 이민정책연구원이 공동 분석한 ‘외국 국적 장애인 등록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중 장애를 등록한 인구는 8238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국인 장애인 등록률이 5.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3만명 이상의 ‘미등록 장애 외국인’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는 외국인 체류자격에 따라 장애인 등록 대상을 제한하고, 예산을 이유로 복지사업 지원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즉, 장기체류자나 결혼이민자 일부만 등록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받는 구조다. 이는 내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차별적 조항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산재를 겪은 외국인 중 재활·의료비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장애 등록이 불가능해 보호 체계 밖으로 밀려나는 사례도 많다. 특히 청각·지체장애 등 후천적 장애 유형이 급증하고 있으나, 산업재해 이후의 치료·등록 절차가 체류자격에 가로막히는 현실이다. 정책이 여전히 ‘노동력 확보’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뿐 아니라 복지 접근권을 포함한 ‘이주노동자 기본권 보장법’ 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한 경제자원으로만 보는 관행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의 고위험군임에도 세부 통계조차 불충분하다”며 “불법체류자나 단기체류 노동자의 산재 실태를 포함한 통합 통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국적 장애인은 국적과 장애라는 이중적 차별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적과 관계없이 기본적 인권과 복지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