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한 직업계 고등학교의 외국생 유학생 모집 포스터

“모집대상: 고등학교 1학년/모집국가: 베트남 남부/모집학과: 친환경 농업 경영과/졸업 후 특전: 산업체 취업 지원.”

각 지역 교육청들이 앞다퉈 직업계 고등학교 외국인 유학생 유치 사업에 나서며, 직업계고를 다니는 외국인 재학생 수가 200여명을 넘어섰다. 농업·제조업 등 인력 부족을 겪는 산업 노동력을 확보하고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는 취지인데, 정작 고교 졸업 뒤 취업과 정주를 위한 비자 제도는 없다. 직업계고 실습과 이주 노동 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여전한 상황에서 어린 나이에 한국을 찾은 청소년에게 되레 상처만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3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 16명이었던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모집 인원은 지난해 54명, 올해 155명으로 3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사업을 시행 중인 서울·경북·전남 교육청에 속한 33개 직업계고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225명에 이른다. 내년에는 여기에 강원·전북·충남 교육청도 합세해 유학생 280명을 새로 모집할 계획이다.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 사업은 인구·노동력 감소를 겪는 경북·전남 등 교육청이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 청소년을 ‘초청 장학생’으로 받으면서 시작돼 전국으로 번지는 추세다. 대부분 교육청과 학교들은 ‘취업 지원’ 등의 특전을 앞세워 한국에서의 노동과 정주를 바라는 현지 학생들을 모집한다.

문제는 유학생 모집 이후다. 제도적인 체계와 규정 없이, 각 교육청의 개별 사업 수준에서 유학생 유치가 일단 시작된 탓에 곳곳에 허점이 도사린다. 우선 현재 비자 제도로는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뒤 취업이 불가능하다. 직업계고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전문·기능인력(E-7)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 비자는 최소 전문학사(전문대 졸업)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장 2027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하는 경북·전남 교육청의 경우 유학생들은 졸업 뒤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대학 진학을 통해서만 국내에 남을 수 있는 셈이다.

외국 국적 청소년들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도 이어진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한국의 직업계고 현장 실습 환경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우려를 표할 만큼 위험한데,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더 취약한 외국 국적 청소년이 더 큰 위험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취업비자가 허용되더라도, 전문·기능 인력 비자의 경우 회사의 귀책사유가 아니면 사업장을 옮길 수 없어 사업장 이전의 자유가 더 어린 연령대에서도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사업 운영에 우려를 나타냈다. 권익위는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제도 관련 의견조회안’에서 유학생 지원 자격 기준이 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브로커 개입 대리 시험 등을 언급했다. 체계적이지 않은 사업 방식 탓에 모집 과정에 유학 브로커가 개입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업 대상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권익위에서도 우려를 표했고 법무부에서도 졸업 뒤 비자 관련 내용을 신중하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부처가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어 지금 당장 관련 규정을 만들기에는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