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쇠러 귀향하는 자녀들 마음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저번에 뵀을 때 잠을 설치셨는데, 전화드리니 부쩍 귀가 어두우시던데, 이번에 간다니 감기라며 오지 말라시는데…. 부모님의 이런 증상 뒤에 중요한 질환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긴긴 연휴, 박민선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따라 부모님 건강을 체크해보자.

◆“내가 요새 기억이 가물가물해”=기억력 저하는 흔한 노화 현상이고 대개는 본인도 자각한다. 하지만 병적인 치매일 땐 대부분 인식하지 못한다. 부모님 기억력이 전과 같지 않으면서 청각과 후각 기능도 떨어지고,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몸부림을 치는 등 심한 잠꼬대가 있으면 치매 또는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일 수 있다. 가까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받아보자.

◆“잘 먹는데 살이 자꾸 빠져”=특별한 이유 없이 6개월간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면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원인 모를 복통이 지속되거나 2주 이상 기침이 낫지 않는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한다.

◆“아이고, 숨차서 못 가겠다”=가슴 두근거림은 심방세동의 대표 증상이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60세 이상의 고령, 남성, 고혈압, 당뇨, 음주가 위험인자다. 이런 사람이 갑자기 활동량을 늘리면 위험하다. 기온차가 큰 환절기에는 과한 운동을 삼가고, 특히 명절에는 과음을 피하도록 부모님께 당부하자.

◆“자꾸 여기저기 부딪히네”=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고령층은 황반변성·백내장·녹내장 같은 눈질환이 흔한데, 시간이 지나면 손쓰기 어려워지므로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면 안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자. 50세부터는 1년에 1번 이상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이놈의 기침이 통 멎질 않아”=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다. 특히 피가 섞인 가래나 밤에 더 심해지는 기침, 체중 감소와 함께 나타나는 기침은 결핵이나 폐암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흉부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자려고 누우면 멀뚱멀뚱해”=이유 없이 수면장애가 생겼을 땐 하루 식사 열량을 체크하고, 부족할 땐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나 단 과일을 보충한다. 고령층일수록 제때 다양한 음식을 약간 배부른 듯 먹는 것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방법이다. 낮 동안 가벼운 산책을 하면 밤에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힘을 떨어뜨리고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