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인 27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 등이 담긴 제대로 된 사망 통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민정책연구원은 20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외국인 사망 통계의 부재'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원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2022년 외국인 사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사망 원인 1위 '병사'와 2위 '기타'는 전체의 94.1%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통계청의 내국인 사망 원인 통계의 경우 1위인 암이 22.4%였고, 심장질환 9.0%, 코로나19 8.4%, 폐렴 7.2% 등 10위권 내 사망 원인 비중이 비교적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처럼 외국인 사망 원인 통계가 내국인과 비교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집계 방식의 차이에 있다고 연구원은 짚었다.

내국인 사망 원인 상위 10개 항목에서 6위인 자살을 제외한 9개의 질병에 대해 외국인 사망 원인에서는 뭉뚱그려 '병사'(病死)라고 집계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맹점이 외국인 사망 원인을 기록할 때 10개 범주에서 정리한 후 입력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사망 원인 통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분류, 검토, 수정 등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내국인과 비교하면 그 과정도 지나치게 간소화됐다고 꼬집었다.

외국인 사망 원인에서 '기타' 비중이 내국인의 동일한 항목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봤다.

게다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는 기관이 없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자료도 체류 관리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지 사망 통계 생산을 목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내국인(왼쪽)과 외국인 사망원인 통계 비교

연구진은 "외국인 사망 통계의 문제점은 사인 부재만이 아니라 사망 자체가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며 "특히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이나 친인척이 없는 외국인은 사망이 신고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체류 외국인은 35년간 50배 넘게 증가했고 올해 들어 역대 최대인 270만명을 넘어섰다"며 "경제나 문화 등에서 이들의 역할을 생각할 때 외국인 사망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전담 기관을 지정해야 한다"며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