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순 목원대학교 창의교양학부(다문화정책) 교수 전) 국무총리실 외국인정책위원회 위원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의 급증과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 또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불법체류 외국인은 397,522명으로 체류 외국인 2,650,783명 대비 15.0%에 달한다.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체류자격에 따라 체류 기간과 활동 영역이 결정되는데 정부는 관계 법령에 근거하여 외국인 체류자격에 따른 체류 기간과 활동 범위의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출국명령 혹은 강제퇴거 조치를 하고 있다.

합법체류와 불법체류의 구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체류기간이 연장되거나 합법화 조치 등으로 기준이 변경된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체류 기간이 3년에서 4년 10개월로 연장된 바 있고 「외국인고용법」(2003) 부칙 제2조(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특례)에 따라 불법체류 외국인 184,199명이 합법화된 바 있다.

정부가 출입국항에서 외국인 신원 확인을 강화하고 △밀입국 방지를 위한 사전 탑승자 확인 △권역별 광역단속팀과 이민특수조사대를 활용한 지정지역 상시 단속 △불법고용·불법취업 방지 사전 계도 △자진출국 지원제도 시행 △범부처 합동단속 등을 실시하지만 불법체류 외국인의 문제는 이민정책의 난제이다.

2024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체류자격별 불법체류율은 사증면제 150,733명(37.9%), 단기방문 820,341명(20.7%), 비전문취업 53,908명(13.6%)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기술연수 1,186명(0.3%), 거주 1,485명(0.4%), 방문취업 2,963명(0.7%)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불법 취업자 단속하는 외국인청 단속반원들. 서울 대림역 일대 인력시장에서 외국인청 단속반원들이 불법 취업자 단속 및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선순환체제 예방책은 없는가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새로이 유입되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인가,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상존한다. 이에 불법체류 외국인 대상 규제 중심의 정부 정책만이 최선인가, 선순환체제의 예방책은 없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대응 방안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90일 이상 체류 외국인 대상 기초법·제도 등의 조기적응 프로그램 이수가 요구된다. 조기적응 프로그램은 2014년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근간으로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현재 방문취업 외국국적 동포와 호텔유흥 외국인 연예인만이 의무 대상일뿐 그 외의 외국인은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외국인은 자국과 상이한 법으로 인하여 피의자 혹은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체류자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바 체류질서 확립 차원에서 본 교육의 의무이수가 요구된다.

둘째,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내 체류하는 외국인주민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지자체별 외국인주민 조례는 외국인주민의 지역사회 적응, 생활편익 향상 등 지역사회 적응지원을 전제하지만 체류 외국인들이 어디에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적응상에 있어 어떤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 등의 실질적 지원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일례로, 농어번기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계절근로자 제도와 인구감소지역에 도입된 지역특화 비자제도의 운영에 있어 외국인 불법체류율에 따른 농가·고용업체의 배정인력 축소라는 제재 이전에 근로환경과 노무컨설팅을 통한 사전 예방 등의 행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귀국지원 체계 구축

셋째,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 대상 귀국지원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귀국준비교육은 불법체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자진 귀국지원 교육으로 구인·구직 만남의 장, 현지 정착 간담회, 취업 정보 제공, 귀국 준비 설명회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귀국예정자 대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연계를 통한 해외 진출 한국기업 취업지원 확대가 요구되고 귀국예정자 교육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외에 법무부, 외교부, 외국인 본국의 민간단체, 국제이주기구와의 협력이 요구되며 한국과 송출국 양국 간의 개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연계, 귀국예정자의 귀환계획에 따른 맞춤형 가이드 등 귀국지원 체계의 재구축이 요구된다.

넷째, 범부처형 자진출국 지원 제도 운영과 제도에 대한 홍보 확대가 요구된다. 국내 외국인 체류기간 초과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 가운데 42.1%는 “자진출국제도를 모른다”라고 응답했고, 일부는 “한국 정부의 재입국 허용 등을 믿을 수 없다”라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자 대응 정책 △법무부의 목표지향적 감축 계획 △외교부의 불법체류 다발 국가에 대한 대응 강화 △국세청의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업체에 대한 세무 감독 강화 등 부처별 불법체류 외국인 감축 계획 수립 외에 범부처형 자진출국 지원 제도 운영과 본 제도에 대한 온오프라인 홍보 확대 방안이 요구된다.

불법체류 외국인 합법화,그 규모를 단기간에 축소

마지막으로, 합법화 방안이 제고되어야 한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합법화 조치는 불법체류 외국인 규모를 단기간에 축소할 수 있는 점에서 유효한 방안이다. 다만, 누구를 합법화할 것인가, 합법화 대상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어떤 체류자격에 얼마 동안의 체류 기간을 부여할 것인가, 반복적인 합법화 조치에 따른 불법체류 외국인의 증가 문제, 합법화 기간이 종료된 이후 귀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하는 문제 등이 대두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화 조치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로 편입시킴으로써 불법체류와 노동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최소화, 단속인력 부족 문제,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 외국인보호실 공간 부족과 외국인보호소 수용 공간 부족 문제,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하는 권리침해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