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모함 루즈벨트함.

부산에서 미국 항공모함과 해군기지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린 혐의를 받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구속됐다. 주범에게는 외국인 사상 처음으로 '일반이적' 혐의가 적용됐다.

부산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일반이적·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로 중국인 A(40대·남)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B(30대·남)씨도 구속했으며, 같은 혐의를 받는 C(30대·여)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의 한 대학원 유학생인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인근에서 드론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지 내부와 미국 항공모함 등을 촬영한 뒤 온라인에 게시·전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9차례에 걸쳐 사진 172장, 동영상 22개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물은 중국 유명 SNS 등에서 배포됐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6월 25일 해군작전사령부 인근에서 드론을 띄워 촬영하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군인에게 발각되면서 드러났다. 이들이 붙잡힌 날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인사가 부산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 루즈벨트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 날이었다.

이들 가운데 주범 A씨에게는 일반이적 혐의가 적용됐다. 형법 제99조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한 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한 것과, 이로 인해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A씨는 주로 중국산 드론으로 군사시설 등을 촬영했다. 이 드론을 사용하려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이용해야 하는데, 이 앱을 이용하면 촬영물이 중국 서버로 곧바로 전송될 수가 있다. 경찰은 A씨의 촬영물이 이 앱을 통해 중국 서버로 전송됐다고 보고 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이 '밀리터리 마니아'여서 군사기지를 촬영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중국 내 특정 인물 또는 기관과 공조해 기지를 촬영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과 국정원, 방첩사와 논의 끝에 A씨에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안보 침해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군 시설을 무단 촬영해 물의를 빚은 사례는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대만인 2명이 평택 미군기지 내부 시설과 장비를 불법 촬영했다가 붙잡혔고, 지난 3월에는 수원에서 중국인 2명이 공군 기지 전투기를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군사시설 등 무단 촬영과 유포 행위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해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