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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11/08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
[기고] 고용허가제 딜레마

김도균 제주한라대 특임교수(한국이민 대표행정사).

인구감소가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대위기 상황 속에 농어촌과 지방 제조업에 이어 도시의 자영업자들까지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연일 세계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출산율과 초고령화는 학령인구 감소에서부터 간병 인력 부족까지 전방위적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 제일 먼저 내는 정책이 고용허가제 확대인데 여기에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알다시피 고용허가제는 2004년 산업연수생제도의 폐해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즉 동남아 중심의 16개 국가와 MOU를 체결하고 연간 쿼터를 정해 외국인력을 도입하는데, 단기순환을 원칙으로 최장 체류 기간을 4년 10개월로 정해 두고 단순 노무 분야에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고용주의 고용에 방점을 둔 제도이니 근무지 변경이 엄격히 제한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당시만 해도 이들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를 우리 사회의 일원인 이민자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아직도 그런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는 없다. 그런데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 되고 고용주의 장기고용 요구가 늘어나면서 단기순환 원칙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일 근무 장소에서 장기간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숙련도가 높으니 계속 고용하게 해달라는 고용주들의 요청에 부합해서 정부가 성실 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허용하면서 고용허가제는 변질하기 시작했다. 온전히 고용주의 입장만 대변한 사업장 이동제한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로 전락하는 비중이 높아져 노예계약이라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국제적으로도 현행 고용허가제는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코로나 펜데믹과 지방소멸 현상으로 외국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 되자, 축소되거나 폐지해야 할 고용허가제가 오히려 날개를 달고 있다. 코로나 기간 중 입국이 제한된 영향이 있다고 하지만 연간 5~6만 명 수준이던 쿼터도 12만 명으로 대폭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허용업종도 제조업을 벗어나 서비스 업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허가제로 한다는 것은 예고된 실패다.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도 16개국에서 추가로 더 늘리려고 하는데, 그 배경도 순수성도 의문이다. 애초에 사회통합의 용이성과 인력의 수준보다는 고용주의 일시적 선호도와 외교적 필요성에 의해서 도입국가가 선정되었는데, 단기순환이라는 대원칙이 무너지면서 도입방식을 전면적으로 제고 해야 하는 데 그럴 기미는 없어 보인다. 20여 년간 국가 간 MOU란 이름으로 외국인력 공급 카르텔이 형성되었고, 그 중심에 고용부와 산업인력공단의 기득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고용부는 고용허가제의 최장 체류 기간을 재입국 없이 10년으로 하고, 대표적 서비스 분야인 외식업에도 고용허가 인력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제 외국인력은 모두 고용허가제로 일원화시킬 작정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정책이다.

이민정책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법무부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자유롭지 않다. 얼마 전 법무부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중 연간 3만5천 명을 숙련인력으로 선발하고 가족초청과 무기한 체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법무부가 나서서 고용허가제가 이민허가제로 변질할 수 있도록 명분을 준 것이다. 고용허가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합치면 연간 10만 명 이상의 저학력, 저임금, 저숙련 외국인을 우리 사회의 이민자로 받을 경우 향후 사회통합에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굳이 유럽의 이민자 폭동사례를 들지 않아도 이민정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은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이민 개혁을 선포하고 이민청 설치를 공언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의 총론적인 이민정책 시행 의지에는 공감하나, 그 실행 방안을 찬찬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도 내부 담당 부서나 전문가들은 아무런 목소리가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할 고용허가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인 고용허가제는 국제적 수준과 국익에 부합하는 이민정책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변하고 있는데,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나 로드맵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부의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대책을 촉구한다.

김도균 교수는 법무부 이민정보과장, 출입국심사과장, 주칭다오총영사관과 주중국대사관 영사,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장,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출입국과 이민정책 이슈를 다뤄왔다. 현재 제주한라대학 특임교수, 행정사법인 한국이민 대표 행정사, 법무법인 동인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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