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걷는 운동을 많이 해도 바른 자세로 걷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걷기 운동을 할 땐 곧은 자세로 시선을 정면으로 하고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며 걷는다.

경북 의성에서 과수원을 하는 60대 김옥분씨는 올해초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받았다.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김씨는 주치의에게 ‘신경성형술’이라는 간단한 시술과 걷기 운동을 권유받았다. 김씨는 시술 이후 매일 두시간씩 4개월간 꾸준히 걸었으나, 걸을수록 허리와 무릎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걷는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걷기는 부담 없는 가장 간단한 운동이며, 다양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 의사가 환자에게 많이 권하는 운동”이라며 “김씨처럼 걷기 운동 후 통증이 발생한다면 걷는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곧은 자세로 숨 가쁘게 걷는 게 좋아=올바른 방법으로 걸으면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면 발병률이 증가하는 심장질환과 고혈압·당뇨병 등의 대사질환 관리에 도움을 주며, 시각·인지·균형감각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더불어 대퇴사두근·척추기립근을 강화해 허리와 무릎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바른 자세로 걷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른 걷기는 서 있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정면에서 봤을 때 양쪽 어깨 높이가 같아야 하고, 측면에서 봤을 때 귀·어깨·고관절·복숭아뼈가 일직선이어야 한다. 곧은 자세로 섰다면 정면을 보고 팔은 자연스럽게 흔든다. 발을 내디딜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바깥쪽 날, 새끼발가락, 엄지발가락 순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다. 운동으로 걸을 때는 평소보다 주먹 하나가 더 들어갈 정도로 보폭을 넓혀주고, 땀이 약간 나고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걷는 게 바람직하다.

김승연 제일정형외과병원 재활의학과 원장은 “무리하게 자세를 고치려 하거나, 걷는 시간을 늘리고 보폭을 넓힐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만약 자세가 틀어졌거나 주변에서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보행 교정을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걸음걸이 이상하다면 보행 교정을=건강한 사람은 바른 자세로 걷기 운동을 하면 대부분 신체에 무리 없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걷기 운동 후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나이가 들어가며 걸음걸이가 변했다고 느끼면 원인을 파악해 보행 교정을 해야 한다.

김 원장은 “걸음걸이는 척추질환, 퇴행성 관절염, 파킨슨병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변한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보행 교정과 운동 치료를 해야 통증 없이 걷고, 걷기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행 교정을 위해서는 족저압·체형분석 등 다각도의 신체검사를 통해 현재 자신이 어떻게 걷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족저압 검사로는 가만히 서 있을 때와 보행 시 발에 가해지는 압력과 아치의 형태, 무지외반의 각도를 비롯해 보행 습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체형분석 검사로는 골격의 부정렬과 근육의 불균형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적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중력 트레드밀 기구와 트랙 걷기를 통한 보행 교정과 근력 강화 운동을 진행한다. 무중력 트레드밀은 체중을 80%까지 낮춰 관절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더불어 전면에 설치된 모니터로 실시간 보행 패턴을 확인할 수 있어 즉각적인 코칭으로 세밀한 교정이 가능하다. 기구를 통해 걷는 방법을 익혔다면 지면에서도 바르게 걸을 수 있도록 훈련한다. 또한 대퇴사두근·척추기립근·전경골근 등 꼿꼿하게 잘 걷기 위해 필요한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병행된다.

김 원장은 “누군가는 걷는 것까지 교정을 받아야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잘못된 보행을 지속하면 퇴행성 질환이 가속화하고 도움 없이 혼자 걷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제대로 걷지 못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지므로 스스로 고치기 힘들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