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한 흡연 역시 일반담배(연초)를 흡연할 때와 동일하게 뇌혈관과 말초혈관에 급성 손상이 발생해 기능이상이 일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MRTP(Modified Risk Tobacco Product‧수정(완화)된 위험의 담배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적으로 ‘덜 해로운 담배’로 여겨졌다.
미국 텍사스 알링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UTA) 연구팀이 전자담배 경험이 없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피운 직후 뇌혈관과 말초혈관의 기능변화를 비교‧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담배유발질환예방학회(ISPTID)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흡연 유발성 질환(Tobacco Induced Diseases)’에 최근 게재됐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
MRTP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에서 규정한 별도의 절차를 통해 허가된 담배제품을 뜻한다. 국내에 진출한 담배회사 등은 MRTP를 ‘위험저감 담배제품’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와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정확한 의미전달을 위해 ‘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 또는 ‘수정위험 담배제품’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FDA는 보다 세부적으로 MRTP를 ‘노출저감(Exposure Reduction)’과 ‘위험저감(Risk Reduction)’으로 구분하며 그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있다.
노출저감은 담배제품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의 농도가 감소된 것을 말하며, 위험저감은 담배관련 질환 위험이 낮거나, 사망률이 낮은 경우를 의미한다.
문제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대부분이 ‘노출저감’ 인가를 받았음에도 ‘더 안전하고 덜 해로운 담배’라 홍보한다는 점이다.
노출저감 인가를 받아 특정 화학물질이 일부 감소했다는 점이 인체에 해가 없다거나 덜 해롭다는 것은 아니며, 이를 근거로 ‘흡연이 끼치는 건강상 위험이 줄었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게 FDA의 설명이다. ‘위험저감’으로 MRTP 인가를 받은 제품은 금연보조기기 등 극히 일부에 한정된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일반담배에 비해 95% 덜 해롭다’는 영국보건부의 발표도 있었으나, 이는 관련 기업들의 자금지원을 받은 소규모 연구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알려졌다. 다시 말해 담배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과거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추측성 주장이란 지적이다.
◆일반담배 흡연과 동인하게 급격한 뇌혈관 손상 일어나
UTA 연구팀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사이의 차이를 밝혀내기 위해 지난 12개월 동안 하루에 최소 5개비의 일반담배를 피운 21~43세 참가자 약 20명을 대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핀 직후 뇌혈관과 말초혈관의 기능변화를 비교‧분석했다.
특히 동일한 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참가자들은 실험실 방문 전 최소 12시간 동안 흡연을 하지 않았다. 또 말초혈관 기능의 분석은 고해상도 초음파로 측정한 내피의존성 혈류매개확장(Flow mediate dilatation‧FMD) 지수를 기준으로 했으며, 뇌혈관 기능의 분석은 경두개 도플러 검사(TCD)로 측정한 중대뇌동맥(MCA) 평균 혈액속도를 기준으로 했다. 또 초음파를 통해 확인된 혈관의 손상정도도 비교했다.
그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할 때도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뇌혈관과 말초혈관에 급성 손상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기능이상의 정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혈관의 역학적 상태(Condition)를 나타내는 뇌혈관 전도도 지수(CVCi)나 이산화탄소 농도도 차이가 없었다.
지야드 벤 탈레브(Ziyad Ben Taleb) UTA 대학 공중보건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의 안전한 대안이 아니란 점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모두 급격한 혈관수축에 따른 손상이 발생했으며, 이러한 급성 손상이 말초혈관과 뇌혈관에 기능이상을 일으킨 정도도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신혈관에 나타나는 급성 손상은 장기적으로 뇌졸중‧고혈압‧심장마비 같은 심각한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만성염증을 증가시켜 다양한 대사성 질환과 노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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