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은 특수통 검사로 지난 정권에서 박해(?)를 받고 연수원에 좌천되었다가 부활한 공무원이다. 정권교체로 중앙지검장 등 검찰의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말대로 ‘인사와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배경으로 법무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전 정부에서 법무부는 탈검찰화를 내걸고 장관과 주요 보직에 검찰 출신을 최대한 배제했다. 박상기- 조국 – 추미애 – 박범계 장관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보더라도 검찰 출신은 없었다. 그러나 0.73 퍼센트의 근소한 차이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대통령은 주저 없이 자신의 검찰 동지인 한동훈 검사장을 파격적으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이후 한동훈 장관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 거론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민정책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장관에 임명되면 민감한 사안이나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면 잘 검토해 보겠다는 등 신중한 답변을 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한동훈 장관의 이민정책은 등장부터 남달랐다. 취임 일성으로 “이민청 설치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라고 공언했다. 30년간 이민정책 현장을 경험한 필자에게도 충격적으로 들렸다. 보통 법무부 장관은 이민정책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법무부 장관이 이민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말국말석’이라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별명이 말해주듯이 법무부는 검찰 업무가 주요 관심이고 장관은 검찰을 어떻게 법과 원칙에 따라 지휘하는 것이 온 정신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둘째, 법무부가 과거의 사건에 대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과는 별도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이민정책은 장관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종목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이 해외 방문이라도 해보면 이민정책 수장으로 대하는 상대국의 호의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처럼 효자종목인 이민정책을 자신의 임기 중에 분가시킬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청’으로 독립시키면, 다음으로 교정본부도 독립을 요구할 것이 뻔한데 이렇게 되면 법무부는 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도 한몫한다.

지난 7월 4일 법무부에서 UNHCR과 이민·난민 용어사전 발간을 기념하는 한동훈 장관,

지난 7월 4일 법무부에서 UNHCR과 이민·난민 용어사전 발간을 기념하는 한동훈 장관, 사진 = 법무부 제공
이런 배경으로 역대 법무부 장관은 이민청이나 이민정책이니 하는 말을 공식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이민정책을 ‘외국인 정책’이라고 폄하하고, 내부적으로 이민청을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그런데 한동훈 장관이 취임 초부터 이민청과 이민정책을 먼저 언급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후 한 장관의 행보는 국회 발언, 유럽 출장, 대통령 업무보고 등을 통해 수시로 이민청과 이민정책 추진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그중에서 숙련기능 인력 비자(E-7-4) 쿼터를 기존 연간 2천 명에서 3만 5천 명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하고, 지난 7월 제주 강연에서는 이민정책을 뛰어넘어 ‘이민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에 비교할 만한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25년간 검사로 재직해온 법무부 장관이 이민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민정책 현장 공무원과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 환영 일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장관의 거침없는 행보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간부들과 직원들은 모두 장관의 눈치만 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출입국 본부에서는 실세 장관이 나서서 이민청을 만들어 준다니 모든 것을 장관에게 의존해 버리고, 스스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본부장 인사부터 시작해서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일련의 정책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임기가 다 지난 본부장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원칙적인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복지안동’이 극에 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공직사회의 개혁은 원칙 있는 인사부터 시작이다.

인사에서 꼬인 이민정책의 후과로 장관이 지시한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준비나 차후 문제점에 대해서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발표부터 해버리고 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E-7-4 비자 확대가 대표적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비자를 줄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준비하지도 않고, 연내 3만 5천 명에게 비자를 준다고 발표하면서 일선 기관과 현장은 일순간 혼란에 빠져버렸다. 장관이 한국어 잘하는 사람에게 비자를 우선 발급해야 한다고 하자, 한국어 능력 시험을 볼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어 능력을 비자 변경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이외에도 해외에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 기관이 없는데, 사회통합프로그램 점수를 유학 비자 신청 시 점수로 인정해 준다고 하고, 구체적인 취업 허용 방안도 없이 졸업 후 3년간 취업을 허용해 준다고 하고, 국내 교육기관에서 연수를 마친 연수생(D-4-6)도 용접공 등 필요 분야에 취업비자로 전환해 준다고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전혀 후속 조치가 없다. 이민청 설치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내용이 점점 변질되거나 옅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스포츠 경기와 마찬가지로 정책과 조직도 스타플레이어는 필요하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고 팀플레이가 되지 않는 팀이 경기에 이길 수는 없다. 한동훈 장관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는 이민정책은 안된다.

글/김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