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에 한동안 급감했던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이들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은 되살아나고 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 경쟁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라 은행 간 뺏고 빼앗기기의 싸움이 됐지만, 국내 은행을 이용한 적 없는 외국인의 증가는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할 기회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동안 끊겼던 은행권 외국인 소비자 확보 경쟁은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은행권은 2010년대 중·후반 국내 체류 외국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화 영업점을 늘리고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영업 경쟁에 공을 들인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체류 외국인 수가 줄면서 관심도 덩달아 떨어졌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19년 250만명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감소세를 보여 △2020년 203만6075명 △2021년 195만6781명 등 2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체류 외국인 수는 다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지난해 말 224만5912명으로 늘면서 220만명대를 회복했고, 올해 7월에는 245만3572명으로 7개월 새 9.2% 더 불어나 2018년(236만7607명) 수준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연내 2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체류 외국인 가운데 유학이나 취업·결혼을 목적으로 90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180만1477명으로 지난해 말(168만8855명)보다 6.6%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 달라진 국내 금융 환경에 맞춰 은행권의 외국인 대상 서비스도 진일보했다. 이전에는 특화 영업점 설치나 환전·송금 시 수수료 우대 등 오프라인 거래 편의와 혜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비대면 서비스 제공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가장 강점을 보이는 곳은 외환전문은행을 표방하는 하나은행이다. 외국인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하나EZ’를 통해 체류 외국인에게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2021년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외국인 대상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쏠 글로벌’과 ‘우리 글로벌 뱅킹’ 서비스를 10개국 이상의 언어로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내달 중 ‘외국인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비대면 채널에 적용해 외국인의 이용 편의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외국인 소비자 모시기에 가세했다. 해외송금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토스뱅크는 2021년부터 체류 외국인 대상 비대면 계좌개설 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은 대출을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차등 없이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은 내국인과는 별개의 새로운 소비자군인 데다, 귀국 이후에도 현지 진출 법인·지점을 통해 지속 거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