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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8/29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
“9명중 4명 사라져” 농번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 비상
9월 수확철 앞두고 농가 곤혹 이탈후 불법체류… 치안문제 번져

폭염이 이어졌던 22일 강원 삼척시의 한 딸기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필리핀 출신 외국인 계절 근로자 시나 마리즈 씨와 카렌 안 씨(오른쪽)가 한창 일하고 있다.

체감온도 38도를 넘나들던 22일 오후 1시 50분. 강원 삼척 시내에서 차로 50분 달리자 해발고도 800m 삼척시 하장면이 나왔다. 굽이치는 산길을 따라 양쪽에는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져 있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근로자들이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작업에 한창이었다. 옆에 있는 고추밭에서는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 링 씨(42), 마르지 씨(31), 메리골드 씨(37)가 고추를 딴 뒤 품질을 선별해 2차 선별장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들은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단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8월은 고추 농사가 제일 바쁜 시기다.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힘든 농가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을 고용한 농민 함정희 씨(57)는 “올해 외국인 9명을 고용했는데 그중 2명이 말도 않고 도망가 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 이동열 씨도 “9명 중 4명이 무단이탈했다”고 하소연했다.

2015년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고용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크게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무단이탈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9월 수확철을 앞두고 근무지를 갑자기 떠나버리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탈한 근로자가 불법 체류자가 되면 치안 문제 등으로 번질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민간 싱크탱크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계절근로자는 2017년 1085명에서 2022년 1만2027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탈자 역시 18명에서 1151명으로 크게 늘었다. 삼척시에서는 올 초부터 농번기인 이달까지 계절근로자 109명 중 16명이 말없이 사라졌고, 19명은 일을 못 하겠다며 자진 출국했다. 전체의 32%(총 35명)에 해당한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지난해 지역 김 가공공장 등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15명 중 14명이 잠적했다고 27일 밝혔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 18명→1151명… 불법체류 통로 악용

무단이탈 급증
“공장 취직하면 논밭보다 환경 나아”… ‘무단이탈땐 불법체류’ 알고도 도망
마약 등 범죄 연루 치안 불안 야기
“지자체 아닌 중앙정부가 관리해야”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무단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이유는 더 나은 급여,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찾아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계절 근로자는 최대 8개월가량만 한국에 머물 수 있는데, 불법 체류자가 돼 적발되지만 않으면 그보다 오래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삼척에서 만난 메리골드 씨(37)는 “불법 체류자가 돼 일하는 편이 급여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공장에 취직하면 아무래도 논밭보다는 근무 환경이 낫다”고 말했다. 삼척시 하장면의 딸기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시나 마리즈 씨(32)는 “고용인과 소통이 잘되지 않아 서로 오해가 쌓이거나, 농사일이 힘들어서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 고흥서도 이탈… 농어민 부담으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 자체가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국에 불법으로 정착할 수단으로 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외 유학 및 근로 인력 송출 사업을 하는 김모 씨는 “베트남 등 동남아의 경우 한국 취업 비자를 받기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국이 쉬운 계절 근로자 제도로 입국한다. 도망갈 생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고흥 지역의 한 김 가공 공장에서 지난해 네팔 출신 계절 근로자 15명 중 14명이 출국을 앞두고 돌연 행방을 감췄다. 이들은 김 작황이 좋지 않아 3개월밖에 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주 A 씨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잠적한 계절 근로자 14명이 불법 체류자이지만 휴대전화 추적 등은 힘들어 소재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돈을 더 벌기 위해 한국에 있는 네팔 사람들과 연결돼 불법 체류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력이 부족한 농번기, 어번기 계절 근로자의 이탈은 농어민 부담으로 다가온다. 5명의 계절 근로자를 고용했지만 모두 이탈한 삼척 농민 최을식 씨(62)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추가로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소개비만 1인당 150만 원”이라며 “쪽파 한 망(약 400∼450kg)에 1000만 원인데, 이번 이탈로 12망 작업을 못 했다. 1억2000만 원을 손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 관리주체,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바꿔야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주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전 배정심사협의회를 통해 일할 지역을 미리 배정받는다. 계절근로 비자(E-8) 등을 받아야 하며, 지자체마다 배정 인원도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무단으로 직장, 지역을 벗어나면 불법체류가 된다.

현재 계절 근로자 관리는 대부분 지자체가 맡고 있다. 계절 근로자의 도입 주체는 기초지자체장(시장, 군수)이다. 해외 지자체 업무협약(MOU) 및 관리도 지자체 공무원이 전담한다. 강원도의 한 군에서는 계절 근로자 담당 직원 1명이 500명이 넘는 외국인의 출입국부터 민원, 교육 등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에는 3132명의 계절 근로자가 들어왔는데 이 중 618명(19.7%)이 이탈했다. 석성균 강원도 농정국장은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계절근로자의 무단 이탈을 방지해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외국 현지에서 근로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한국에 입국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열 고랭지채소 삼척시 연합회장은 9명의 필리핀 계절 근로자를 데려왔지만 이 중 4명은 무단 이탈, 4명은 자진 귀국해 큰 손해를 봤다. 이 씨는 “필리핀 입장에서는 인력을 보내기만 하면 그만이라 어떤 근로자가 들어올지는 복불복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탈한 근로자가 자칫 국내에서 범죄에 연루될 경우 치안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촌에서 일하는 태국인 일부가 신종 마약 야바를 농촌지역에 퍼뜨리다 6월 적발됐다. 경북 의성군, 전남 완도군 등은 지역 내 계절 근로자를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교육연구실장은 “계절 근로자 제도를 1, 2명의 지자체 공무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중앙 부처 차원의 지원을 통해 제도가 전문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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