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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8/25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
같이 걷는 행복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장날에 맞춰 늘 두 분이 손잡고 가는 행복 하나로 사신답니다.

햇살 곱게 드리운 하늘 위에 올려놓은 아침, 그날도 두 분의 행복을 어깨 위에 걸쳐 놓고는 읍에 장 서는 곳으로 나들이를 나가시네요.

장터국밥 한 그릇에 시름을 들어내고, 깍두기 한 조각에 지난 설움을 씹어 넘기며 저마다 곡절과 사연을 매달고 오고 가는 사 람들을 바라보면서 지난 해걸음을 잊고 사셨나 봅니다.

집으로 행해 걸어오는 두 분은 낮에 뜬 달 처럼 멀뚱 거리며 점점 멀어져 갑니다.

“뭐혀 빨리 걸어.

그러다 뒷구녕에 해 받치겠어.“

“뭐 그리 급해요.

영감 숨차여 천천히 갑시다.“

봄바람이 불어서인지 종종걸음으로 휑하니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투덜투덜 화를 내시는 할아버지가,

“사람이 느려 터져서라 무네... 이젠 같이 못 다니겠다.“며 들으라는 듯 빨래 널고 있는 며느리에게 역정을 내 보이신다.

“아버님, 그럼 먼저 식사하세요.“ 라는 말에 안 들은 척 애꿎은 장작더미만 매만지더 니 마지못해,

“니 시애미 오면 같이 먹으련다.“ 하신다.

길가에 흙먼지 먹고자란 이름 없는 들꽃이랑 얘기하다 온것 처럼 한가한 얼굴로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할머니를 보며 다그치는 할아버지,

“풀피리 꺾어 불어도 벌써 왔을 시간 인디 뭐한다고 이제 오누…”

물끄러니 바라만 보고 있는 할머니 손에는 막걸리 한 병와 고기 한 덩어리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걷는 것 하나만으로도 힘든 아내가 남편의 저녁상에 올릴 술과 고기를 사오느라 늦은 걸 알고는 양손에 든 비닐봉지를 얼렁 건네 들고,

“이리 무거운걸 뭣하러 사 오누. 혼자 걷는 것도 힘든 사람이.......“

삐걱거리는 나룻배의 그림자로 서있는 아내 눈을 마주 보지 못한 채 뒤돌아서며 애처러움에 겨운 한마디를 더 던집니다.

“뭐혀 며느리가 밥 차려났는디.

배 안 고파 얼렁 밥 먹어.“

서산마루 해가 쉬 넘어간 자리에 빨간 노을이 펼쳐져갈 때, 상에는 막걸리 한 병과 잘 삶은 고기가 같이 놓여져 있습니다.

“영감 뭐해요? 식사하세요.“라는 말을 듣고는 방문을 열고 들어선 할아버지의 손엔 하루 온종일 햇살에 잘 달여진 삼계탕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아니……, 그건 언제 끓였어요? 진작 알았으면 고기를 안 사 왔을건데……“

“이건 임자꺼여.”

'이젠 니 시애미가 갈수록 걷는 게 힘들어지나 보다.' 며 장에 가기 전 뒤뜰에다 아내에게 먹일 삼계탕을 푹삶고 있있기에 그 국물 한 방울이 줄어들까 빨리 가자며 보채었던 것입니다.

다리 하나를 툭 뜯어 내밀어 보이며, “임자 얼렁 먹고 힘내소. 힘내서 우리 죽는 날까지 같이 걸어서 장에 가야제.“

"고맙슈, 영감!

이것 먹고 잘 걸을게요“

“그려 병아리처럼 잘 따라오소. 허허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저 같이 사는 행복이면 충분하다며 우리처럼 사랑하는게 습관이 되어서 소중해 진 사람, 그들을 부부라 부른다 말하고 있었 습니다.

퍼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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