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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8/24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
외국인 눌러앉힐 힌트, 지자체 ‘지역특화형 비자’에 있다

지난달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특화형 비자 유학생 채용박람회’에 입장하려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지역 기업 인력난 해소와 외국인 정착 등을 목표로 개최된 이 박람회에는 유학생 300여명이 찾아왔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18곳이 ‘소멸 위험’ 지역인 현실 속에서, 한국의 인구 부족은 노동력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돼 있다. 외국인을 일손으로만 보던 한국은 이제 “이웃이 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민 정착을 통한 인구문제 해결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한국 사회는 저임금 이주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숙소를 주고 임금을 체불해왔다. 해외 인재들에게 한국의 매력도는 하위권이다.

어떻게 해야 외국인의 한국 정착을 도울 수 있을까. 난제를 풀기 위해 시작된 것은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이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을 한국 기업에 취업시킨 뒤 궁극적으로 정착하도록 하는 제도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계획서를 살펴 보면,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주거지 제공은 물론 복지 서비스 확대, 언어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지자체들이 내세운 정착 지원 방안은 아직 실행에 옮겨진 경우가 거의 없다. 이 사업을 다문화 정책 등 기존의 외국인 지원 정책과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하긴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비예산 사업의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지자체 관계자들은 말했다.

정착의 키워드, ‘주거’ ‘복지’ ‘언어’

15일 국민일보가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6개 시도를 상대로 입수한 사업계획서(경남·경북·전남·전북·경기도 연천 등은 정보 비공개)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주거와 복지, 언어 지원을 통한 외국인 정착지원을 꾀하고 있다. 다문화 정책 차원에서 쌓은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선언도 공통적이다.

예컨대 충남도는 지역특화비자 발급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업 기숙사를 우선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통·번역지원단을 구성하고, 외국인 노동자 맞춤형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남도는 또 그동안 외국인 업무를 담당해 온 가족센터와 외국인지원센터, 보건소 등을 통해 각종 복지 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산·학·관’ 연계에 참여한 지역 주요 대학(공주대, 아주자동차대학, 순천향대 등)과의 연계도 확대한다는 게 충남도의 복안이다.

경남 고성군은 외국인주택 지원사업과 빈집 리모델링 활용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했다. 또 연 2회 ‘찾아가는 한국어 기초교육’을 실행하겠다고 했다. 산·학·관 연계 참여 대학인 거제대가 한국어 언어교육을 담당한다.

지자체가 외국인 정착 방안으로 내세운 것은 결국 주거와 복지 지원, 언어교육으로 요약된다. 이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분석은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깝다. 특히 한국어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장(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은 “언어는 이민자는 물론 그를 수용하는 나라 입장에서도 서로를 제대로 활용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는데, 우리의 한국어 교육은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멸 갈림길 선 한국

지자체들이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공모에 뛰어든 이유는 현실적으로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특화형 비자를 발급받으면 일손을 거드는 외국인이 당장 비자 문제로 미등록 상태에 내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외국인들은 한국어는 물론 관련 산업의 지식까지 얻어 취업하기 때문에 업무 능력도 뛰어나다. 정착 외국인의 증가는 학생이 줄어가는 지역 대학에도 ‘생명줄’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충남 보령시 웅천 일반산업단지의 한 입주기업은 지난 2월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은 베트남 여성 한 명을 생산직으로 채용했다. 이 노동자는 회사에서 의료기기 생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역특화형 비자가) 인력 보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고, 새로 뽑은 노동자들은 의사소통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이 120명 안팎인 이 회사는 현재 지역특화형 비자 취득 노동자 4명을 고용했다. 채용을 15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은 인구소멸 갈림길에 선 지역이 많아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충남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고령화율(2021년 기준)은 보령시가 27.30%, 예산군이 32.90%로 초고령사회 기준(21%)을 훌쩍 넘어섰다. 서천군(38.10%), 청양군(37.10%). 부여군(36.40%) 등도 고령화가 심각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 제도를 인구소멸 지역 전역에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손 말고 귀한 손님

지역특화형 비자는 일손 부족과 인구소멸을 동시에 해결해줄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외국인의 정착 지원보다 노동력 활용을 먼저 생각하는 데 머문다면, 현재까지의 인구정책 실패 답습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자체들이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구체적인 지원 방안 중엔 아직도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정작 보도자료로 내걸린 사업 계획이 실제로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안내된 사례, 담당자가 계획 여부 자체를 모르고 있는 사례 등이 취재 과정에서 다수 감지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이) 비예산 사업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과 연계한 기업에 기숙사가 있는지 확인, 공개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숙소’ 등으로 논란이 된 주거 문제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매월 소정의 주거비를 지원하겠다고 한 지자체도 있지만 이 방안도 당장 실행되진 못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한 대학의 국제교류팀 관계자는 “출신 국가나 문화에 따라 한국 음식이 맞지 않으면 외국 식당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살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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