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설정  l 즐겨찾기추가   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3.9.30 (토)
글씨크기 크게  글씨크기 작게  기사 메일전송  기사 출력  기사스크랩
 http://www.kcn21.kr/news/5120
발행일: 2023/05/31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
저같은 어려움 겪지 않길…다문화 2세 보듬은 10년
촌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 이사장 가수 인순이

목련 꽃 앞에 선 가수 인순이. 그는 10년 전부터 강원 홍천에서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거위의 꿈’을 비롯해 ‘친구여’ ‘밤이면 밤마다’ 등 수많은 히트송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66). 뛰어난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지금까지 43장의 앨범을 내며 큰 인기를 끈 실력파 가수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2세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시선을 지금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의 다문화 2세 교육에 직접 나섰다. 후원금을 모으고 사비를 털어 ‘해밀학교’를 세워 모든 열정을 불살랐다. 학교 설립 10주년을 맞아 가수가 아닌 해밀학교 이사장 김인순씨를 만나봤다.

강원 홍천군 남면 용수리에 들어서면 상가 하나 없이 구불구불한 흙길이 1.5㎞ 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그 끝엔 50여명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해밀학교가 나온다. 6600㎡(2000평) 넓이의 부지엔 7개 교실과 상담실·양호실이 있는 본관, 전교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건물이 있다. 학생들의 중등 과정을 책임지는 이 학교는 세워진 지 5년 만인 2018년 3월 정규 인가를 받았고 지금까지 모두 7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다문화 교육의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

“애초에 이렇게 규모가 큰 대안학교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없었어요. 처음엔 6명의 학생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며 점차 커진 거죠. 저도 어렸을 때 다문화가정 자녀란 이유로 남들보다 험난한 사춘기를 겪어야만 했어요. 저처럼 이미 한차례 풍파를 겪은 사람이 옆에서 도움말을 주고 의지할 수 있게 곁을 내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학교를 세워 운영하게 됐죠.”

해밀학교는 매년 학생을 받을 때 다문화 학생 60%, 일반 학생 40% 비율을 유지한다. 수업은 공교육 과정과 언어·음악·농사 관련 수업으로 구성된다. 특히 ‘엄마의 언어’를 배워보는 수업은 인기가 많다. 베트남어·중국어·일본어 등 엄마의 고향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챙겨 듣는다. 김 이사장은 이들에게 알찬 교육을 제공하려고 다문화케어·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왜 다문화 학생 100%가 아니냐고 물어봐요. 실제 사회에서는 다문화 2세끼리만 생활할 순 없잖아요. 최대한 비다문화 학생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밖에선 다문화 학생이 절대 소수에 속하지만 해밀학교에서만큼은 엇비슷한 비율로 생활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또 저 역시 어렸을 때 비다문화 친구들과 싸우고 충돌하며 다양한 시각을 배웠거든요. 청소년기를 단단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정한 기준이에요.”

김 이사장이 학교를 강원 홍천에 세운 것은 ‘농촌 정취’를 학생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유년을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에서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흙을 만지고 나무가 커가는 것을 관찰하며 농촌 생활을 했다. 그는 아직도 힘들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마음속 여유를 찾는다고 한다.

마침 해밀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도 농사 수업이다. 이들은 직접 씨를 뿌려 키운 열매를 수확해 판매하는 것까지 스스로 해낸다. 직접 기른 배추·무로 김치를 담가보고 옥수수를 재배한 뒤 판매해본다. 또 바쁜 농사철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 일손을 도우며 봉사활동도 한다.

“농사일을 하며 느림의 미학을 배우는 거예요. 자신이 돌보는 식물을 하루 종일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비바람 속에서 작물이 뽑히지 않도록 한시간에도 네댓번씩 들여다보기도 하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 이 시간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언젠간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어요.”

모든 학생에게 기숙 생활을 지원하는 것도 김 이사장 뜻이다. 그는 ‘다름’이란 오래 함께 생활할수록 무뎌진다고 주장한다. 해밀학교 학생들은 서툴지만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친구에게 말을 걸고 의견을 나눈다. 한달에 한번꼴로 있는 ‘패션데이’(Fashion day·단 하루 동안만 마음껏 화장하고 교복 이외 복장을 시도하는 행사)엔 피부색이 다른 친구와 화장법을 공유하며 그들만의 방식대로 친해지기도 한다.

“사실 기숙을 하지 않으면 방과 후 어떤 환경을 마주할지 몰라요. 차별적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어른에게 노출될 수도 있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 자존감을 잃을 수도 있잖아요. 이를 방지하려고 기숙 생활을 하도록 한 겁니다.”

김 이사장은 바쁜 학교 일에도 불구하고 가수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수원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객원교수로 초빙받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또 한 방송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레전드 디바’로 소개되며 본인의 음악 인생을 풀어놓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진 전국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저는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대중 앞에 서고 싶어요.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거든요. 최선을 다해 정상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줘 아이들이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해밀학교 이사장으로도, 가수로도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의 다른기사보기
 
  l   광고안내   l   구독신청   l   기사제보   l   개인정보보호정책   l   이용약관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