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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5/23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
5년 공들여 키운 외국인 숙련공 …'비자 허들'에 눈물의 귀국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조선업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 A씨. 2018년부터 이곳에서 줄곧 근무해온 A씨는 올해 초 비전문취업(E-9)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E-9 비자는 최장 체류기간이 4년10개월이다. 이후에는 본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현지에서 한국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입국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지 경쟁이 워낙 치열해 무산되는 일이 더 많다. A씨는 체류기간 제한이 없는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로 변경하는 데 도전했지만 224점 만점에 합격점인 74점을 넘지 못해 탈락했다.

직장에 근무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E-7-4 비자는 사실상 영주권과 같은 정주형 비자로 불린다. 올해 법무부가 선발 인원을 획기적으로 늘렸다고 홍보했지만 연간 5000명에 그친다. 이전에는 연간 2000명에 불과했다. 연간 소득, 숙련도, 학력, 연령, 한국어 능력 등을 종합한 점수제로 숙련 인력을 뽑는 방식이어서 '바늘구멍'으로 불린다. 평가 기준이 까다로워 한 해 통과하는 인원이 1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전체 E-7-4 비자 소지자는 작년 말 기준 5219명뿐이다.

업체 대표 윤 모씨(56)는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인데 '점수가 안 되니 나가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10명이 지원하면 2명이 합격할 정도로 정부의 장기체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선진국형 이민사회를 위한 필수조건인 정주형 고숙련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의 '콧대 높은' 기준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주권(F-5 비자)도 해외 이민 선진국에 비해 험난한 관문을 거쳐야 한다. 매년 F-5 비자 취득자는 통상 7000~8000명이다. 비자에 따라 기간은 차이가 있지만 첫 관문인 5년 이상 체류라는 문턱을 넘어야 자격이 생긴다.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법 위반이 없어야 하는 '품행 단정 요건'은 기본이다. 한국어 시험 등을 통과하더라도 소득과 자산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게다가 영주권을 신청한 후 최소 심사기간만 6개월이 걸린다. 이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민자의 최종 정착지인 영주자 가운데 56%는 재외동포이고, 귀화자 중 48%는 혼인귀화자다. 그만큼 외국인에게는 더 넘기 힘든 벽이다.

문제는 일단 F-5 비자를 받으면 국내 의무 체류기간이나 포기 절차도 없다는 점이다. 관리의 사각지대가 되면서 국내 체류 의사가 없이 비자만 유지하는 '무늬만 이민자'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체류기간이 만료된 후 계속 체류를 희망하는 외국인은 전체의 88.6%에 달한다. 우선 체류기간 연장(52.3%)을 택하는 외국인이 가장 많고 영주권(17.3%), 귀화(10.6%) 등으로 정주형 이민자가 되는 것이다. E-7-4 비자와 같이 중간 단계가 돼야 할 체류자격 변경(8.3%)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당국에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상돈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내국인 일자리를 위협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봤기에 정부가 외국인의 비자 전환 심사에 까다로웠다"며 "이제는 보다 유연한 심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체류자격 변경의 높은 기준이 '허들'이 되면서 오히려 불법체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표는 "비자 연장이나 전환 심사에서 떨어진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는 돌아가는 게 아니라 불법체류자가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허가만 깐깐하게 하면 뭐하느냐"며 "차라리 정부에서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장기체류 비자 전환율을 높여주면 합법적인 근로자로 남아 관리도 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 불법체류자는 총 41만4045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17.5%에 달한다.

컨트롤타워 없이 법무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에까지 관할과 관리권이 곳곳에 쪼개져 있다 보니 '저효율' 이민행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어업 종사 외국인의 경우 법무부는 계절근로자(E-8) 비자를, 고용노동부는 20t 미만 선박 근로자(E-9) 비자를, 해양수산부는 20t 이상 선박 근로자(E-10) 비자를 담당한다. 같은 바다, 같은 배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의 체류자격은 물론이고 관리부처도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한 선주가 20t 이상 선박과 20t 미만 선박을 동시에 소유한 경우가 많다"며 "선주 입장에선 똑같이 자기 배인데 관리 부처는 다 다르니 대표적으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체계"라고 지적했다.

최근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이민청이 하루속히 설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분산돼 있는 출입국 업무와 이민·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모자이크 코리아

미국은 이민자를 기존 문화에 흡수하는 용광로(Melting Pot) 이론에 기초한 미국식 이민자의 나라를 구축했다. 반면 캐나다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다문화주의를 선포하고 '모자이크' 사회를 내걸어 이민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기술·투자이민이 활성화된 캐나다와 달리 한국은 당장 인력난 대처를 위한 외국인 근로자와 고급 인력 유치라는 '투 트랙'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한국도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지속가능 성장과 다문화 통합 △외국인 근로자와 고급 인력 이민 유치 △불법체류자 관리와 산재된 외국인 정책 통합 등을 통해 한국형 모자이크 사회로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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