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봄을 맞았다. 밖으로 나가 거리낌 없이 숨을 들이켜고 싶지만 이맘때 더욱 심해지는 미세먼지 탓에 움츠러들게 된다. 단단히 준비하고 외출하더라도 몇시간 만에 기침·가래·콧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절기 미세먼지 피해를 막고 건강을 지키려면 평소 영양소가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방법이다. 제철 농산물로 요리한 음식은 봄철 축 처지는 몸과 정신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하고 몸이 찌뿌드드하다면 미나리를 챙겨 먹자. 미나리는 몸속 중금속을 배출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나리

미세먼지가 일반 먼지나 황사·꽃가루보다 더욱 위험한 이유는 그 속에 중금속 같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서다. 미나리는 체내 중금속을 배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해독작용도 뛰어나다. 미나리에 든 케르세틴은 항산화 역할을 해 외부에서 유입된 나쁜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미나리는 돼지고기 같은 육류와 궁합이 좋다. 자주 섭취하면서 효험을 보고 싶다면 미나리를 갈아 아침에 마신다. 사과를 더하면 쓴맛이 중화돼 먹기 편하다.

쑥과 쑥차

쑥

봄철 미세먼지는 호흡기뿐 아니라 혈관 속까지 침투해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봄나물의 대명사 쑥은 정화 능력이 우수하다. 특히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또 비타민 A·B·C, 칼슘 등 영양소가 두루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향긋한 냄새와 맛은 기분 전환에도 좋다. 된장국에 쑥을 넣으면 개운한 맛이 올라간다. 생선 국·찜·구이에 곁들이면 비린내를 잡을 수 있다. 깨끗이 씻은 쑥을 찹쌀가루에 버무려 찜기에 찐 포슬포슬한 쑥버무리도 있다. 평소 커피 대신 향긋한 쑥차를 즐겨보자. 미세먼지를 막고 춘곤증도 이길 수 있다. 쑥은 공기에 있는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으니 차가 많이 다니는 길가나 야산에서 채취한 것은 되도록 먹지 않는 편이 낫다.

도라지

도라지

황사와 미세먼지가 잦아지면 목이 칼칼하고 마른기침이 나와 기력이 떨어진다. 이럴 땐 염증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라지를 먹으면 좋다. 도라지는 가래를 없애고 기침을 멎게 해 기관지와 폐 건강에 이롭다. 또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인 사포닌이 풍부하다. 그밖에 섬유질과 칼슘·철 같은 무기질이 많다. 도라지의 쓴맛 때문에 꺼려진다면 요리하기 전 도라지를 식초 푼 물에 하룻밤 정도 담갔다가 소금물로 헹구면 된다. 여기에 튀김옷을 입히고 바싹하게 튀겨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리면 어린아이들도 좋아하는 도라지강정이 된다.

배

배

대표적인 알칼리성 농산물로, 미세먼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산성화한 혈액을 중화시키는 과일이다. 열을 내리고 가래·기침을 없애줘 감기 증상을 치료하는 데도 효능이 있다. 배는 과육보다 껍질에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다. 청을 담그면 통째로 섭취할 수 있다. 씨와 주변 딱딱한 부분만 제거한 배를 납작하게 썰고 설탕이나 꿀에 버무려 상온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하면 먹기 좋은 청이 된다. 나들이하고 와서 목이 따가운 증상을 느끼거나 피로할 때마다 수시로 배청 음료를 마신다. 배는 숙취 해소에도 탁월해 과음한 다음날 마시면 속이 편안하다.

오미자와 음료

오미자

미세먼지는 목과 코점막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킨다.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면 기관지가 약해져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다. 일상에서 간편하게 감기를 예방하려면 오미자를 먹자. 한방에선 오미자가 폐와 기관지를 보호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목과 코가 건조해 마른기침이 나올 때 먹으면 증상이 완화된다. 염증을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다. 오미자는 시고 떫은맛 때문에 생과로 먹기는 어렵다. 청으로 담그면 특유의 산뜻한 향을 즐기면서 달콤하게 맛볼 수 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용기에 오미자와 설탕을 1대1로 넣고 상온에서 설탕이 녹을 때까지 3∼5일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1∼3개월 숙성한 뒤 체에 거른다. 오미자청은 한식에서 조미료로 쓰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맛이 음식에 감칠맛을 더한다. 청을 거른 후 남은 건더기는 버리지 말고 술로 담가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