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폭풍이 한차례 지나가면서 1월30일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됐다. 전국에선 행사·축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이 시기 돋보이는 행사는 단연 정월대보름(2월5일) 맞이다.

특히 올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대규모 현장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려 감회가 새롭다. 대보름 풍속을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행사, 새롭게 재해석한 행사 등 선택의 폭도 넓다. 이번 주말엔 가족·지인과 대보름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마음 속 소원 하나씩 준비하고 말이다.

◆우리 전통을 소중히=대전 대덕구에서는 ‘제24회 신탄진대보름쥐불놀이축제’가 4일 열린다. 투호던지기·제기차기·연날리기·길놀이·지신밟기 등 전통 놀이뿐 아니라 새여울예술단의 액맥이타령, 뮤직 난타와 같은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먹거리 부스에서는 가래떡·쫀드기·귤 등을 구워 먹을 수 있다.

달집태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행사의 마지막은 불꽃놀이다. 신탄진대보름쥐불놀이축제는 1992년 시작해 신탄진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는 대규모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매해 수천명이 참여하고 있다.

달집태우기 모습. 제공=전남 함평군

전남 함평군은 ‘정월대보름 세시풍속 재현행사’를 4일 연다. 행사는 월야면 시가지에서 액운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는 월야 농악단의 ‘길굿’을 시작으로 면민의 번영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풍년기원제’ ‘오곡밥 나눔’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순서로 진행된다.

길굿은 보통 마을굿에서 마당이나 우물로 향하는 도중 치는 가락으로 제의적 성격을 띤 농악이다. 전남지역에선 징이 다섯 점 들어가는 행진 가락인 ‘오채길굿’ 계통의 길굿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기줄다리기 현장. 제공=강원 삼척시

강원 삼척시에선 ‘삼척정월대보름제’를 선뵌다. 도계읍 점리 ‘하늘아래 신주빚는 마을’에서 앞서 1월28일 ‘신주 빚기' 체험을 시작으로 이달 3~5일 길놀이·술비놀이·망월놀이·달집태우기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이 지역은 ‘기줄다리기’가 유명하다. 기줄이란 게줄을 뜻하며, 기둥이 되는 큰 줄에 작은 줄이 매여 마치 게의 발처럼 보인 데서 명명됐다고 전해진다.

‘애기속닥기줄다리기’ ‘속닥기줄다리기’ ‘중기줄다리기’ ‘대기줄다리기’ 등의 대회가 마련됐다. 대기줄다리기 대회엔 삼척시 척주로에서 10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시가지에서 기줄다리 대회가 재연되는 것은 10여년만이다. 기줄다리기는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경북 청도지역 도주줄당기기 모습. 제공=국가문화유산포털

경북 청도군은 ‘정월대보름 민속한마당 행사’를 5일 개최한다. 높이 15m, 폭 10m로 전국 최대 규모의 달집이 제작된다. 떡메치기·윷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올해엔 ‘도주줄당기기 전통문화 재현행사’가 진행된다. 도주줄당기기는 짚단 3만여단을 청도지역 9개 읍·면의 마을주민이 합심해 만든 100m 길이 줄을 동군·서군이 당기는 대회다.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돼 있다.

청도군 정월대보름 행사는 2019년 구제역에 이어 2020~2022년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하다가 5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전통을 현대에 맞게=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국립대구과학관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맞이 행사를 4일 펼친다. ‘대보름 만들기 부스’를 통해선 ‘LED(엘이디) 쥐불놀이’ ‘달 위상변화 관찰기’ ‘망원경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재료는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체험 별로 각각 1000원·2000원·3000원이다.

‘2023 백마강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 포스터. 제공=백마강생태관광협의회

충남 부여지역에선 5일 열리는 ‘제1회 백마강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가 주목된다. 행사는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강조하는 이색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참여자가 LED를 사용해 쥐불을 직접 만들고 현장에서 안무를 배워 디제잉 음악에 맞춰 흥겨운 춤사위를 만드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인 ‘현대판 강강술래’가 대표적이다. 정월대보름 이미지를 하늘에 레이저로 쏘는 ‘레이저 프로젝션 쇼’도 관심을 끈다.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부여군 농민회가 준비한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전통방식으로 직접 구워 먹어볼 수 있는 체험 활동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