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연장 문제로 추방 위기에 놓인 무국적 고려인들의 근심이 한시적으로 해소됐다.

그러나 무국적 고려인들이 종전 후에도 국내에 계속 머물 수 있는 방안은 아직이라 광주 고려인마을은 정부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바라고 있다.

31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전국의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인도적 특별체류 지원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이번 특별체류 지원은 무국적 고려인이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진 조상의 땅에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난민비자(G-1)를 발급받고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무국적 고려인들은 조건 없는 갱신이 가능해졌다.

앞서 고려인마을의 문안젤리카(30)씨 등 무국적 고려인들은 국내 체류 비자의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연장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들은 소비에트연방 해체 시기에 국적을 갖지 못하고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흩어진 3만여 무국적 고려인의 후손으로, 국내 입국 당시 여권이 없어 여행증명서를 제시하며 난민비자를 받았다.

그러나 난민비자의 근거인 여행증명서의 법적 효력은 1년뿐인데 재발급이 되지 않아 이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추방될 위기에 처해졌다.

이에 고려인마을은 무국적 고려인의 서러움이 조상의 땅에서도 반복돼선 안 된다며 정부 각 부처에 도움을 청해왔다.

그 결과 이번 특별체류 지원이 결정돼 무국적 고려인들은 국내 체류 기간을 좀 더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고려인마을은 이번 지원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피란민들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면밀히 도울 계획이다.

또 인접국에 머무르며 입국을 희망하는 동포들이 국내에 무사히 들어올 수 있도록 항공권 지원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 기준 현재까지 항공권 지원을 받은 동포의 수는 875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문안젤리카씨 같은 무국적 고려인 동포들이 지속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방안은 아직이라 고려인마을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이번 조치로 무국적 고려인들이 당분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여권이 없어 재외동포비자를 발급받지 못하는 한 비자 연장을 계속 신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들을 위한 항구적인 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법무부와 정부 각 부처 등이 나서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