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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6/18  한중동포신문/재한외국인방송
행복한 은퇴생활의 전제조건들
작은일에 즐거움 느끼고 모든 일에 감사... 값진 일상에 눈을 뜨고 의미 부여할 때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질 것

한중교류협회, 한중동포신문 송상호 발행인겸 회장
 은퇴는 누구나 맞닥뜨린다. 직장인들의 은퇴는 대게 55-65세 사이에 찾아온다. 20대 새내기부터 정년을 앞둔 고참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자영업자와 변호사나 세무나 등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업인들은 좀 더 늦을 수 있지만 하던 일은 언젠가 놓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은퇴 후 10여 년이 지나 대부분 사망했다. 그래서 은퇴가 축복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어나 은퇴 후 30-4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일밖에 모르다가 덜컥 퇴직하면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은퇴 후 삶은 스스로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세계다.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많은 매체가 ‘행복한 은퇴 생활’에 대한 조명을 하지만 사막에서 어쩌다 만나는 신기루일 뿐이다. 남성 직장인들은 현업에 매달려 은퇴 준비에 엄두도 못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떻게 되겠지’하고 막연한 불안감만 쌓인다. 여성 직장인은 비교적 은퇴에 잘 적응한다. 퇴직하더라도 육아와 부업으로 ‘전직’하면 된다. 남성 직장인은 집안에서 확실한 자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TV볼 때 소파 한 켠과 잠잘 때 침대 한 쪽이 전부다. 어떤 때는 이방인처럼 때로는 하숙생처럼 산다. 그래도 월급이 꼬박꼬박 부인통장으로 들어갈 때는 가장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이 끊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완전히 이방인으로 대접받는다. 집에서도 자기 공간이 없고 밖으로 나와도 갈 데가 마땅치 않다. ‘삼식이’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집안 어른으로서 위상은 ‘급전직하’한다. 부인은 자신의 일상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남편이 끼어들 틈이 없다.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을 위해 하루 세끼를 차려 준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선녀’아니고는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잠자리에 드는 게 편치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 무위도식하며 지내는 게 두렵다.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로 나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장거리 여행도 마음이 불편하다. 현업시절 짧은 휴가를 받아 전쟁처럼 치르던 그 설렘은 이제 없다. 매일 매일이 휴일이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하지만 목적의식 없이 가봤자 허무감만 남을 뿐이다.
냉혹한 은퇴생활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집안에 자기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서재도 좋고 건넌방도 괜찮다. 책상과 안락의자로 최소한의 안식처를 꾸미고 다른 가족이 침범 못하도록 해야 한다. 혼자 책을 보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공간 사색 장소로 활용한다. 그렇다고 읽기 보기 듣기 토막잠만으로 긴 은퇴 여정을 감내하진 못한다. 이곳을 취미활동의 본거지로 삼아야 한다. 퇴직 몇 년 전부터 취미활동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학창시절 못다 한 동아리 활동을 떠올려 본다. 수채화나 유화는 비용과 공간이 적게 들어 권장할 만하다. 지자체에서 개설한 강좌도 많다. 통기타,플루트,하모니카,노래교실부터 댄스스포츠,요가 등 과목도 다양하다. 수업료도 저렴하고 강의 질도 괜찮다. 다양한 취미생활로 노년시절 최대의 적인 ‘무료감’을 견뎌낼 수 있다.
노년의 또 다른 적은 질병이다. 생로병사의 일생에서 죽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이른바 ‘구구팔팔 일삼’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앓고 사흘 만에 죽는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업시절부터 자신만의 건강관리 기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 담배를 끊고 음주도 적당히 해야 한다.특히 음주는 일생동안 ‘정량’이 있다고 본다. 젊은 시절 두주불사(斗酒不辭)했던 사람들이 요절했거나 은퇴 후 병치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예가 많다. 10년 넘게 중견기업 사장을 맡은 한 지인이 최근 만 60세 나이로 타계,안타까움을 안겼다. 자신의 건강보다는 회사일을 더 챙긴 결과다. 일과 여가 간에 균형이 절대 필요하다. 현업시절에 ‘하루1만보걷기’‘아침저녁 스트레칭’을 습관화 한다. 이게 바로 ‘건강적금’이다.
수입이 끊어지는 노후에는 최소한의 체면유지용 현금이 필요하다. 부인과자식,손주들의 기념일에 작은 선물이나 용돈을 줄 수 있어야 대접 받는다. ‘내가 너희를 다 키웠다’는 생각으로 받기만 해서는 왕따 당한다. 적시적소에 지갑을 열어야 가족의 일원으로 행세할 수 있다. 친구지간에도 ‘더치페이’가 답이다.
친교를 유지하려면 경조사 참석과 회비납부는 필수다.
‘돈의 힘’이란 생각보다 막강하다. 가족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으면 괜히 비굴해지고 매사에 자신감도 사라진다. 현업 시절, 준비금을 모아두거나 은퇴 후 월정 수입을 보장하는 임대용 부동산 등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식에게 ‘올인’하고 노후를 거지처럼 사는 경우를 본다. 분에 넘치는 유학, 호화결혼, 주택구입 비용 등을 대느라 허리가 휜다. 심지어 아들 사업자금을 대주고 연대보증까지 서는 바람에 알거지가 된 경우도 있다. 자식은 대학졸업까지만 돌봐주고 그 후는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한다.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상생이요, 윈윈 하는 길이다.
최소한의 요리를 배워 두면 틈틈이 가족을 감동시킬 수 있다. 부부가 살다 어느 한쪽이 죽으면 혼자 살아야 한다. 여자는 큰 불편이 없지만 남자가 혼자 남게 되면 비참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요리 실력이다. 해가 갈수록 친구는 줄어들고 외로움은 쌓인다. 마지막까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비슷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친구 두세 명은 늘 곁에 있어야 한다. 자신을 모두 내려놓고 살아야만 친구도 곁에 오래 머문다. 작은 일에 소년 같은 즐거움을 느끼고 모든일에 감사한다.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값진 일상에 눈을 뜨고 의미를 부여 할 때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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