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외국인 225만 명 시대… 이젠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다문화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지난 60년대, 우리나라는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직장을 구할 수 없었고 청년 실업자의 홍수와 절대 빈곤에서 몸부림치던 최대 혼란기였다.
그러나 당시 독일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약 400만 명의 외국인근로자를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의 한국처럼 말이다.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 터키 등 유럽의 주변 국가들은 물론 한국도 그 대열에 끼어 우리 젊은이들이, 그것도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독일의 루르탄광의 광부와 간호사로 구름처럼 몰려갔다.
이처럼 400여만 명의 외국인근로자속에는 수만 명의 한국인들도 있었기에 독일 땅에서 한국인은 결코 낮선 존재가 아니었다.
학사 광부들은 이역만리 낯선 독일 땅 이름 모를 탄광의 막장에서 땀과 눈물이 뒤범벅이 되어 지냈다. 간호사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그들은 노동 가치를 화폐와 맞바꾸는 단순 노동자로 홀대를 받으며 조국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도했던 것이다.
한편, 당시 독일정부는 우리 근로자들에게 인간의 양심이 무엇인지,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의 권위가 무엇인지를 후하게 보여 주었다.
요즘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통합에 중시를 돌리면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대우나 근로환경이 예전과 비하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차별대우를 받으며 근무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그중 가장 다발적인 사건은 체불임금 이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분명히 돌고 도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국민들이 불과 수십 년 전에 독일에서 고달픈 노동을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하고 그때의 간절한 기도와 그동안의 피와 땀과 노력으로 현재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면 이들 외국인근로자나 그들의 거주국 역시 언젠가는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빈곤국의 국민이라고 차별대우하거나 멸시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한편, 이들은 거주국의 민간대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간다면 대한민국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거침없이 승승장구 할 것이다.
그런데 가슴 아픈 것은 아직도 적지 않은 악덕업주들이 이들을 고용하고도 이 핑계 저 핑계로 피일차일 미루며 임금체불을 하고 있으며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거나 심지어는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더 이상 체불임금을 거론하지 못하게 협박까지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그 낙인 때문에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예사며 일터에서 상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및 85만 중국동포 관련 일들을 20년 동안 몸담고 있는 저는 이 같은 사건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찹찹하고 아프다 그래서 저희 한중교류협회에서는 관할인 서초경찰서 외사계 협조와 고문변호사, 노무사, 세무사 등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적극 해결해 주고 있다.
단지 우리의 화폐가치가 중국이나 우즈베키스탄 보다 높고 방글라데시보다 많이 높다는 이유 때문에 그들 나라의 노동자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머지않아 그들 나라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아진다면, 그리고 우리나라가 60년대의 가난에서 벗어나듯 그들도 가난에서 벗어난다면 그들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하여 과연 어떻게 생각을 할까?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외국인근로자가 이미 225만 명이 넘어섰다. 그들은 모두 우리가 필요한 산업역군들로 자기위치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긴 세월이 흐른 뒤 오로지 우리들의 후손들이 사는 이 땅에서, 그 옛날에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편견 없이 살았던가를 평가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때 우리가 부끄러움이 없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그렇게 되자면 우리는 지금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지난 60년대에 독일, 미국 등지에서 받은 대우만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베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