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님이 지은 ‘고전의 대문’ 이라는 책의 논어 부분을 읽고 공감하여 소개합니다. 외형과 본질의 균형을 이룬 군자의 모습을 표현한 문질빈빈(文質彬彬) 이라는 글을 좋아합니다.
또한 군자고궁(君子固窮)이라는 글도 좋아합니다.
어려울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조금 어려움이 닥치면 바로 소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줍니다.
그래서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하는지를 보아야 진정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군자는 어떤 역경 속에 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개와 소신을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분노하고 절규하고 원망하던 나를 돌아보고 소인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군자다운 삶과 소인배의 삶이 내 안에 혼재하고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55세 나이에 병조참판의 지위에 있다가 제주도 8년7개월의 유배생활을 통해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변모하였습니다. 비록 궁벽하고 힘든 삶이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정신과 포기하지 않는 희망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추사체를 만들어 서예의 대가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제주도에서 1844년에 그려 그의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보낸 ‘세한도’에는 군자의 대표적인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調) 세월이 추워져 봐야 소나무 잣나무가 얼마나 늦게 시들고 푸른지 알 수 있다는 논어의 구절은 결국 어렵고 힘든 역경 속에서 군자의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군자고궁과 맥을 같이 합니다. 아픔과 역경은 인간의 존재 방식이며 그 아픔을 견디고 극복하는 과정이 사람됨의 역량입니다.
소창다명 사아구좌(小窓多明 使我久坐)는 추사 선생의 삶이 보이는 진솔한 글뿐입니다. 햇살이 작은 창으로 쏟아지는 아침 자그만 방에 오랜 시간 좌정하여 명상에 잠긴 추사 선생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라는 인간형을 창조하였습니다.
군자라는 인간형에 견주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포기하지 않고 그 역경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새로운 나를 만들고 있는가? 보이는 나와 내면의 나는 얼마나 일치하는가?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영혼의 떨림을 소중히 여기며 사회적 공의를 실천하고 있는가? 나의 삶이 공동체의 목표와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
편협한 고집과 아집에서 벗어나 다른 것과 소통하고 수용하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삶을 살고 있는가?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표용하며 화합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가? 두루두루 남과 친화하며 같음을 강요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가? 백 마디 말보다 삶의 실천을 소중히 여기며 행동하는 인간으로 살고 있는가? 학습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들고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내 길을 가고 있는가? 군자는 배움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고 배움을 삶에 반영하여 지성과 덕성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같은 꿈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삶의 동지들과 삶의 목표를 실현하는 존재입니다.
타인의 시선과 관점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영적 충만함을 추구하는 존재가 군자입니다. 군자는 학습과 실천 동지와 유대 독립적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군자는 날마다 새로운 배움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학습형 인간입니다. 73년의 인생을 살다 간 공자의 정체성은 학습하는 인간이었습니다. 자발적 학습을 자신의 평생 프로젝트로 생각하였고 살아 있다는 것은 학습을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공자에게 있어서 학습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학습은 지식의 축적과 축적된 지식의 삶에의 반영입니다. 인격의 수양이 수덕(修德)이고 학문의 연마가 강학(講學)이고 가치의 실현이 행의(行義)이고 선한 삶의 실천이 혁신(革新)입니다. 인간은 출신과 성분과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공자의 신념이었고 삶이었습니다. 재미있는 논어 독서 유형을 소개합니다. 논어를 읽고 읽기 전이나 읽고 난 후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변화가 전혀 없는 사람 둘째 논어의 몇 구절을 암기하여 좋다고 자랑하는 사람, 셋째 논어가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넷째 논어를 읽으면서 손과 발이 춤추며 뛰고 있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푹 빠지는 사람입니다. 아는 것보다 나은 것은 좋아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즐기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좋아하는 것을 뛰어 넘어 완전히 몰입하는 순간 거기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됩니다. 내 안에 흥(興)이 있어 몰입하는 일은 힘들거나 고달프지 않습니다.
흥은 삶의 활력소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한계가 있지만 흥은 무한한 자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 안에 잠자고 있는 흥을 깨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흥을 깨우는 것이 매우 절실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받은 마을들이 치유되고 흥하는 나라 만들기로 진화하기를 소망합니다. 고약한 현실로 인해 마음이 상처받아 넘어졌더라도 추스르고 씩씩하게 일어나야만 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개와 신념으로 군자처럼 사는 사람으로 되기를 성원합니다.